올해 목표로 꼭 가봐야 할 산으로 지리산종주와 한라산
둘 중에 하나를 꼽았었다. 한라산에 가려고 비행기 및 호텔
예약까지 다 해놓은 것을 태풍때문에 모두 취소하고 이렇게
올해는 아무데도 못가나 보다 하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리산 종주가 아니면 어때...어차피 한 번도 가보지 않은산
가서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만이라도 하고 오자라고 욕심을 버리고
생각하니 코스,일정과 산행할 사람들이 일사천리로 정해졌다.
무박으로 잡을 수도 있었으나 휴가도 남았겠다 좋은 산 보러 가는데
잠못자고 고생할 이유는 없겠다 싶어서 장터목에서 1박하고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세석을 거쳐 한신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는데 알고보니 제일 많이 선택하는 코스란다.
일요일 아침 동서울 터미널에서 세명이서 경남 함양을 거쳐
지리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기예보에서 태풍이
올라오고 있으며, 내일쯤 간접 영향을 받을것이라 했지만
출발 당시는 해가 쨍쨍하였음으로 구라 기상청의 예보는
그다지 걱정을 주지 않았으나, 대전을 지나칠 무렵에는
날씨가 점점 흐려졌다.
함양근처 터미널에 잠시 차가 정차했을때 시벅누나가
갑자기 차에서 내려 슈퍼로 뛰었다. 내가 양파를 가져오라고
했엇는데 잊어버리고 안가져와서 양파를 사러갔단다.
기사아저씨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지만 당황하셨을거다.
슈퍼에서 양파를 못 사고 옆의 중국집에서 양파 두개를
얻어오면서 득의양양하게 웃는다. 양파 안먹는다고
크게 어떻게 되는것도 아닌데...
12시쯤 지리산 백무동 도착. 버스안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올라가는 길에 산채 비빔밥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간단한 기념 사진을 찍고 1시쯤 등반하기 시작하였다.
삼십분쯤 오르니 스물스물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의를 입을 정도도 아니라 땀을 식혀줄정도라
그냥 오르기로 하고 열심히 산죽구경을 하며 오른다.
대나구 같은데 키가 작고 길 양옆으로 쭉 늘어서있는
모습이 정감있게 느껴진다. 이것으로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단다.
1시간쯤 더 오르면서 40리터 가방을 꽉채워서 그런지
꽤 무겁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데 빗방울이
굵어진다. 이대로 가면 모두 젖겠다는 생각에 우의를
꺼내입고 스패츠를 할까 하다가 일행들은 안가져왔을 것이
분명한데 혼자만 하는것이 좀 그래서 신발에 비닐봉투를
대충 씌여 빗물이 흐르게 했다.
하동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르는데 빗줄기는 더욱 굵어진다.
지리산이 "니들은 접근하지 말아주길 바래~"하는듯...
우리의 등반이 싫어 앙탈을 부리는듯한 인상을 준다.
올라가는 팀은 우리를 제외하면 하나도 없고 내려오시는 분들이
지나가면서 비가 오는데 이제 올라가서 어떻하냐구
걱정을 하신다. 우리는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는
그 분들이 더 걱정이다.
비가 많이 오고 시간은 지체되고 장터목 산장은 보일 기미도
없어서 걱정을 했는데 올라가는 누님들 성격이 모두 좋아서
투덜거림도 없고, 오히려 비 오랜만에 맞아본다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올라간다. 나 또한 이렇게 비를 맞아본게
오래만이다.
즐겁게 올라도 몸은 지치기 마련...출발한지 4시간 반정도
열심히 올라가서 약간은 지치고 비에 젖은 몸이 조금씩
한기를 느낄무렵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서자 마자 짠~하고 장터목대피소가 나타난다.
마치 동화속에서 궁전이 나타난듯 일행들은 호들갑이다.
하지만 속으로 나도 이렇게 말했다.
장터목아 너 반갑다. ^^;
대피소로 들어가니 5분뒤에 방을 배정한단다.
그 날은 사람이 얼마 없어서 1층은 남자 2층은 여자가
사용한다고 했다. 우리는 젖은 옷을 갈아입고 첫번째로
좋은 자리들을 배정 받았다. 옷은 모두 젖었으나
등산화는 많이 젖지 않아서 다행이다. 젖은 옷들을 빨래줄에
걸어 놓고옷을 갈아 입으니 몸이 따뜻해지고 배가 고프다.
버너, 코펠과 가져온 음식들을 챙겨 취사장으로 내려갔다.
이미 이곳 저곳에서 음식하느라 좋은 냄새들이 그곳을
채우고 있었고, 우리도 돼지불고기와 햇반, 라면등으로
저녁을 먹고 바람소리누나가 가져온 술로 간단하게 한잔도 했다.
산에서 먹는 식사가 왜이리 맛있던지 그 날의 고생을
서로 위로하며 모두 배가 땡땡해지도록 먹었다.
더 기분이 좋았던건 아무도 불평을 안한고
그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상황들을 즐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나니 7시다. 8시 소등이라서 대충 씻고
두 누나들의 쌩얼에 잠시 화들짝 놀라주고...^^
모포를 받아서 자리를 깔고 누워서 MP3를 꺼내 귀에
꽂았다. 내일 천왕봉에 오르려면 5시에는 일어나야
하고, 비가 오지 말아야 하고, 약간 젖은 등산화도
말라야하고...누와서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보니 벌써 10시다.
빨리 자야 하는데..................ZzZzZz